[칼럼] 임용표의 알지 못했던 농업상식 / 채소와 야채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8-01 19:27

[한국매일뉴스/대전=이원희 기자] 잘 먹는 일이 곧 잘 사는 일이라면, 잘 아는 일은 그 시작일 것이다. 임용표박사의 알지 못했던 농업상식 인문학을 통해 농업을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즐거움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일상 속 친숙한 농작물, 농업 용어, 식문화 속 상식과 우리가 몰랐던 ‘농업의 얼굴’을 조명한다.

               < 사진 출저 = KTV 국민방송 >


채소와 야채는 어느 것이 맞나요?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다양한 건강 관련 식품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몇 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질병 예방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식품, 특히 과일과 채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우리의 일상 식단을 살펴보면, 쌀밥과 국, 그리고 여러 가지 반찬이 함께 제공됩니다. 이 중 반찬의 대부분은 식물성 식품, 그중에서도 채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치, 나물, 조림 등은 채소를 주재료로 한 대표적인 음식들입니다.

  

실제로 한국인은 세계에서 채소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민족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소는 하루에 얼마나,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200~400g의 채소 섭취를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후생성은 채소 350g과 과일 200g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영양학회는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채소 7접시(접시당 30~70g), 과일 3접시(접시당 100~200g)를 섭취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FAO 및 Our World in Data에 기반한 2022년 기준 국가별 1인당 하루 채소 소비량을 보면, 한국은 약 622g으로 중국(1,117g), 알바니아(1,032g), 크로아티아(929g), 기아나, 북마케도니아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 수준이며, 한국은 여전히 높은 소비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김치를 많이 먹고 있으며, 채소 섭취량의 약 40%가 김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김치에 주로 사용되는 무, 배추, 마늘, 양파, 고추 등은 전체 채소 섭취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김치와의 높은 친숙도 덕분에 다양한 채소를 꾸준히 섭취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제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식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채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야채'라는 용어와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용어는 모두 한자어이지만, 그 의미와 사용 맥락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채소(菜蔬)는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로, 주로 잎, 줄기, 열매 등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작물을 말합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보리나 밀과 같은 곡류는 채소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식물학적으로는 식용 가능한 초본성(草本性) 재배 식물의 총칭이며, 잎채소, 줄기채소, 뿌리채소, 열매채소, 꽃채소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야채(野菜)는 말 그대로 들에서 자생하는 식용 식물로, 인위적으로 재배되지 않은 고사리, 쑥 등과 같은 나물류를 의미합니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기른 식물을 ‘소채(蔬菜)’라고 하여 채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소사이(そさい, 蔬菜)’는 재배 채소, ‘야사이(やさい, 野菜)’는 들에서 자란 식물을 뜻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현재 이 두 용어의 구분 없이 일반적으로 '야사이(야채)'를 모든 채소에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언어 사용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한국에서도 ‘야채’라는 표현이 관습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채소’와 ‘야채’라는 단어는 일상 속에서 자주 혼용되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나 상점에서는 “야채 좀 주세요”라는 표현을 흔히 들을 수 있으며, 방송이나 광고 등에서도 ‘야채’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반면, 쌈채소, 잎채소, 뿌리채소, 고랭지채소 등 공식적인 맥락에서는 ‘채소’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며, 정부 기관이나 연구기관에서도 일관되게 ‘채소’를 표준 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야채’라는 표현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어 사용이 일상에 스며들던 시기부터 익숙하게 쓰이게 되었고, 자생 식물 중심이던 과거 식생활에서 재배 작물 위주의 현대 식문화로 변화하면서 그 의미의 경계가 흐려졌습니다.

이처럼 ‘야채’와 ‘채소’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용어이지만,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관습적으로 사용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야채’라는 표현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보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용어 사용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재료의 이름을 보다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언어 습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식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언어의 올바른 계승과 발전에 관련된 중요한 문화적 행위입니다.

  

따라서 ‘채소’와 ‘야채’의 의미를 구분하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올바른 언어 사용은 지식의 정교함뿐 아니라,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용표 /

로드아일랜드대학 식물분자유전학 박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회 회장

사단법인 스마트플랫폼기술인관리협회 회장

사단법인 친인간농업연구소 이사장, 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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