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공석진 / 아, 광주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8-05 16:58

“시는 기억의 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울려 퍼진 통곡의 함성은 시인의 가슴에 피로 새겨졌고, 그 상처는 반세기가 지나도록 그의 시를 되살아나게 했다. 시인 공석진은 청년 시절 직접 겪은 그날의 아픔을 안고 다시 광주를 찾았다. ‘노벨상 수상 기념 시화전’에 초대되어 축사를 맡으며, 그에게 광주는 역사와 양심이 교차하는 현장으로 그가 18년 전 첫 시집에서 " 아 광주" 세상에 외쳤던 시적 선언을 다시 꺼내 들어, 5·18의 역사와 그날의 민중, 시로 증언하는  “시인의 숙명은 위로와 기억이다.” 문장으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묵직한 물음을 던져 주었다.  [한국매일뉴스/이원희 기자]




 아, 광주



  '임은 서거하였다 / 오늘은 눈물의 날 / 백성들은 조기를 올리고 장송곡을 불러라 / 거리에 상여를 끌어내어 슬픔을 위로하라 / 총칼에 갈기갈기 찢기는 신세가 처량하구나 / 울어라 대한이여 / 통곡하라 반도여 / 너를 목숨보다 사랑했다만 / 너의 주검을 내 가슴에 묻어 주마 / 시신에 뿌려지는 피눈물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 절규하는 오열은 끝이 아니다 / 일천구백팔십 년 오월 십팔 일 새벽 / 임은 절명하였으나 / 이 땅의 피 무덤 위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리라' 이 시는 필자가 18년 전 첫 시집을 출간하면서 가장 주목해 주었으면 했던 시였다.


  민족의 한이 서려 있는 전라남도 광주에 다녀왔다. 1980년 5월 18일 시작된 독재에 대한 궐기는 5월 말까지 계속되었고, 당시 필자가 다니던 대학 교정에서도 연일 시위와 최루탄으로 얼룩졌었다.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 홀로 외면할 수 없었던 필자도 시위에 앞장섰으며 결국 고초를 겪고 난 후 장교 시험에 서둘러 응시했었다. 필기시험과 서류심사, 체력 검사까지 모두 합격하고도 졸지에 면접에서 불합격으로 처리되면서 즉각 최전방 사단 훈련소로 징집되어 훈련이 끝나자마자 수색대로 발령되었었다. 그때부터 필자의 청춘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단단히 빠졌던 것이다. 


  당시 살벌했던 독재 상황을 상징하는 광주 시청 앞 금남로 거리를 바라보면서 당시 참혹했던 상황이 오버랩되어 그날 필자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밀려오고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검정이입으로 취중에 우울한 시상 하나를 건져 올린 것이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 구천(九千)의 넋이 / 구천(九泉)을 헤매고 있는데 / 화려한 휴가였단다 // 민주의 심장 김대중을 / 가장 존경한다는 / 노벨상 축사의 말이 / 무슨 위안이 되었을까 // 수많은 주검이 널브러진 / 텅 빈 금남로 / 낭만 시인 무리들 / 감성 헤집는 폭우를 반기고 // 피빛 닮은 복분자 / 우중 만취로 / 이성을 마비시킨 / 잔인하도록 화려한 외출'. 그날 떠올린 필자의 시 '아, 광주'다. 


  필자가 광주를 찾은 것은 '노벨상 수상 기념 시화전'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수많은 희생으로 슬픔이 가시지 않는 이곳에서 축사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은 지성의 향연입니다. 왜냐하면 시인은 지식인이 아닌 지성인이기 때문입니다. 타인과 가슴으로 맞대는 공감과 사물에 대한 역지사지의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 위로가 되다]라는 슬로건처럼 치유라는 감성적 접근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이건 시인의 숙명입니다. 감사합니다.". 축사의 전문이다. 분명 그 날의 축사는 광주 시민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의 메시지였던 것이다.


시인 공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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