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프로필이 길어지는 시대를 살아가며
마스트 키
마스터 키(Mast Key)
우리는 지금, 이력과 자기소개가 본질을 압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프로필이 자기 자신보다 길어지고, 스펙이 정체성을 대체하며, 나열된 경력이 곧 존재의 무게로 오인되는 시대다. 이력서와 SNS 소개란에 가득찬 자격증, 수상 목록, 기관명은 마치 방탄복처럼 촘촘히 두른 장식이지만, 정작 그 속이 비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단 한 번으로 열리는 열쇠 마스터 키가 있다면 어떨까? 존재 자체를 압축해 드러내는 정체성과 실력의 대표 문장, 곧 ‘마스트 키 말이다. 한 문장으로도 그 사람을 정의하고, 그의 전부를 설명할 수 있는 ‘삶의 축약어’다.
김소월의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레 '진달래꽃' 이 즉각 떠오르듯, 이처럼 그 자체로 한 시대를 상징하거나, 고유한 언어를 대표한다. 마스터 키란, 대표 키워드’이자 ‘통로’다. 수식어를 주렁주렁 매달지 않고도 중심을 관통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북한 간부들의 양복 앞자락을 보라. 훈장과 뱃지로 가득하지만, 권위가 장식물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위엄보다는 족쇄로 보인다, 진짜 실력과 품격은 ‘보이지 않아도 드러나는 것’, 곧 내력(內力)에 있다. 표면의 화려함이 아니라, 본질의 무게가 사람을 통과시킨다.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는 “자신을 꾸미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자신을 만드는 데 시간을 써라”고 했다. 1950년대, 가난과 생존의 시대에는 경력 하나가 곧 생의 기록이었고, 학력이 신분을 구획했다. 그러나 오늘, AI인공지능이 박사 학위를 무력화시키고, 정보가 디지털 평등 속에 풀려난 시대에서 ‘진짜 마스트 키’는 압축된 지식과 숙련된 능력, 그리고 그것을 운용하는 품격이 될 것이다.
실력은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간결하고 직선적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사람, 그가 마스터 키를 가진 사람이다. 그 키 하나면 불필요한 문은 열지 않는다. 우회하지 않고, 정면으로 들어간다. 자기 이름 앞에 장식을 늘어놓지 않아도, 존재감만으로 모든 문을 통과한다.
마스터 키는 개인의 자존을 지키는 최후의 도구이자,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실력의 압축 파일이다. 그것이 통용되는 사회, 곧 한 문장의 힘으로도 열리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실력주의 사회라고 여겨진다.
스마트 시대일수록 삶은 단순해야 한다. 화려함보다 정밀함, 장황함보다 명료함이 앞서는 삶. 마스터 키를 품은 사람만이, 열쇠꾸러미를 버리고도 모든 문을 열 수 있다.
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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