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으로 마시는 한잔의 와인같은 시
조세핀 시인 칼럼리스트
샤스 스플린* / 조세핀
손가락 끝에서 실을 뽑는다 붉어서 가느다랗고
끈적한 너를 애무하듯 감는다
너는 둥글어지고 나는 가벼워진다
도마뱀 꼬리가 되기로 했던 구멍 난 마음처럼
잘라도 또 자라나는 잡초 같다
너는 맹독성이다
순전한 얼굴로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얹고
무희의 몸짓으로 다가온다 닿을 듯 말 듯
먼 곳에 있는 구름이 얼음기둥이 된다
말을 나르던 생기가 혀끝에서 돋아나고
불가해한 끈이 되어 길게 꼬아진다
부서졌다 다시 살아나는 포말처럼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나를 휘감고 있는 매듭이 하나 둘 풀어질 때
마침내 알았다 너로 인하여 완전해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부터 흰색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들레르가 마신 뒤에 우울함을 떨쳐버렸다는 유명한 와인의 이름
최용대 주필
문학 작품으로 마시는 한편의 와인같은 시,
조세핀시인의 샤스 스플린 (Chasse Spleen) 작품을 읽고 -평론 최용대-
"Chasse Spleen"은 19세기 프랑스 문학이 품은 정서적 권태를 한 병에 담아낸 작품이다. 프랑스어 chasser le spleen은 ‘우울함(spleen)을 쫓다’는 존재의 피로와 권태, 즉 르네상스의 근대적 자아의 무기력을 상징하는 문학적 질병을 향한 예술적 저항이자, 반어적 애도이었던 것으로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대표작 '악의 꽃'(Les Fleurs du Mal)에서 "스플린과 이상(Spleen et Idéal)"이라는 대조적인 구조로 인간 존재의 끊임없이 절망과 이상 사이 실존적 무력감과 정신적 피로와 권태를 응축한 시대적 배경으로 태어나게 된, 일종의 문학적 와인이다. 샤토 샤스 스플린(Château Chasse Spleen)은 와인을 통해 그 무거운 스플린을 ‘쫓아버리겠다’는 의지와 삶의 권태를 이겨내기 위한 예술적 의례, 혹은 감각의 저항으로 쓰여졌다
코르크 마개의 개방은 그동안 갇혀 있던 억압의 발산을 유도한, 첫 잔을 해방의 출구로, 오픈된 세상에서 제 빛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 색감의 우울과 이상, 현실과 예술 사이를 가로지르는 문학적 해석의 체험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르도 와인이 가진 이름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보들레르적 '스플린'의 정서, 곧 우울과 권태, 내면의 균열을 시적으로 잘 끌어내고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실을 뽑는다 / 붉어서 가느다랗고/로 시작되는 첫 행은 육체적 감각과 심리적 밀도를 위로와 파멸의 관계와 함께 은유의 상징성과 환유를 환기함으로 ‘붉은 실’은 와인의 색조를 연상시키는 동시, 내면의 욕망 혹은 기억의 끈을 암시한다. “끈적한 너를 애무하듯 감는다”는 관능성과 중독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너’는 실체가 없는 추상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어떤 치명적인 정념 혹은 고통의 이면을 불러내는 욕구로 보여진다.
도마뱀 꼬리가 되기로 했던 구멍 난 마음처럼 / 잘라도 또 자라나는 잡초 같다/
너는 맹독성이다/ 이 대목은 감정의 "자가재생성 "즉 끊어낼 수 없는 고통의 되풀이, 감정의 재발생성을 은유하고 있다. ‘너’는 치료될 수 없는 치명적인 중독이기도 하다 ‘스플린'을 쫓고자 하지만 동시에 품게 되는 아이러니, 이 동시성은 완전해질 수 없다 말하고 있다.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얹고 / 무희의 몸짓으로 다가온다 닿을 듯 말 듯/
먼 곳에 있는 구름이 얼음기둥이 된다/ 이는 살로메와 세례 요한, 혹은 에로스와 죽음(thanatos)의 이중성을 통해 ‘너’의 유혹성과 파괴성을 극적으로 부각시켜 구름과 얼음기둥, 이미지 또한 덧없음과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반복을 시적으로 상징했다. 와인의 향이 날아가듯, 기억도, 감정도, 존재도 흩어지고 응결된 결과 일 것이다.
마침내 알았다 너로 인하여 완전해질 수 없다는 것을/우리는 처음부터 흰색이 아니었다는 것을/ 결말부는 불완전함의 본질에 대한 수긍으로써 정화되지 못한 존재의 자각으로 귀결된다. '흰색'은 순수 혹은 처음의 완전성일 수 있지만, 시는 그것이 처음부터 착각이었다고 Chasse Spleen이 제시하는 역설을 쫓으려 하나, 그 자체로의 심연을 향한 시적 잠수에 잠긴 존재와 맞물린 ‘내면의 발효다" 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문학적 질병을 향한 예술적 이중성, 실존의 모순을, 인간 내면의 숙명적 무력감과 위로와 파멸을 정서적으로 암시하며 풍미를 잔 안에 담고 있는 스플린처럼, 향기와 중독성이 가득한 여류시인의 시처럼... 평론 / 최용대
이원희
기자
헤드라인 뉴스
-
김건희 “다시 내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변호인에게 토로
김건희 “다시 내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변호인에게 토로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 특검 조사를 받는 도중 휴식 시간에 변호인들에게 “내가 다시 내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
-
《인문사회과학칼럼》 사고와 판단의 유연성
사고와 판단의 유연성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성향이 있다. 이것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르고 이것은 현대의 심리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이다. 사람들의 이러한 인지 편향의 심리를 인지부조화이론의 시각에서 볼 수도 있다. 뇌인지심리학자인 이상아 서울대 교수는 ‘마음의 편향은 강력한 본능
-
[칼럼]속옷 차림의 권력과 거울 앞의 국민
반영얼마 전, 전직 대통령이 법의 손길에 끌려갔다. 수의를 벗은 채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체포를 거부한 것과, 이어진 강제 수사에서 의자에 매달리다 떨어져 부상을 입는 모습이 전 국민에게 보도됐다. 오늘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법정에 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구치소에서의 신체검사, 카키색 수의, 수용번호,
-
《속보》외신들 "한국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속보 타전
외신들 "한국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속보 타전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구속된 가운데 외신들도 '한국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이라며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일본 NHK 방송은 13일 "윤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가 주가 조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
‘《사설》순국선열’ 빠진 광복 80년
‘순국선열’ 빠진 광복 80년대통령이 해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위로하기 위해 광복절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는데, 올해는 순국선열유족회 회원은 회장을 포함, 모두 참석을 불허하고 애국지사 후손 위주 광복회 인사 등만 초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가보훈부 장관이 담당 직원을 유족회에 보내 양해를 구했다고 하지만, 유족회 측은 &
-
《사설》한국을 떠난 것, 새로 만들어 갈 것
한국을 떠난 것, 새로 만들어 갈 것한국은 지난 50여 년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세계적 자유무역 환경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이웃에는 별 제약 없이 우리의 중간재 상품을 바리바리 실어 나를 수 있었던 중국 시장이 있었다. 그러나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이 "이제 자유무역 시대는
-
李, 조국·정경심·윤미향·최강욱 등 광복절 특별사면
李, 조국·정경심·윤미향·최강욱 등 광복절 특별사면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오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된 8·15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이 대통령은 취임 뒤 첫 사면권 행사에서 ‘정치인’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번 특사 명단
-
《사설 》 당은 나락인데 尹과 전한길만 보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은 나락인데 尹과 전한길만 보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국민의힘이 22일 새 당대표를 선출한다.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를 거치며 나락으로 떨어진 당을 추스를 리더십을 선택하는 자리다. 하지만 기대는커녕 실망과 우려가 앞선다. 전국을 돌며 분위기를 띄우는 합동연설회가 8일 시작됐지만 후보들의 비전과 역량은 고사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만 보
-
《사설》'김건희 특검'은 그때 尹에게 기회였다
'김건희 특검'은 그때 尹에게 기회였다윤석열 전 대통령은 귀한 정치 자산을 김건희 특검을 막는 데 소진하고 무너졌다. ‘법과 원칙’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무너진 공정(公正) 회복’ 등은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이 기대했던 가치이자 그의 핵심 정치 자산이었다. 이 가
-
《사설》 김여정 "확성기 철거 없다"… 대북 조급증이 부른 민망한 해프닝
김여정 "확성기 철거 없다"… 대북 조급증이 부른 민망한 해프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확성기를 철거한 적이 없으며, 의향도 없다"고 14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반응이다. 북한 반응에 성급히
-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 개별관리카드 온라인 서비스' 시범 운영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 개별관리카드 온라인 서비스' 시범 운영인천광역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은 늘봄학교 학생 안전관리를 위해 '학생 개별관리카드 온라인 서비스'를 8월 18일부터 56교에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이번 서비스는 앞으로 아동별 늘봄 과정 참여 현황과 귀가 정보를 온라인으로 수집·관리해 종이 문서 사용에
-
[PRNewswire] 넥스티어, 2025년 상반기 견조한 실적 발표
[PRNewswire] 넥스티어, 2025년 상반기 견조한 실적 발표-- 중국 OEM•기술 리더십•전략적 확장으로 성장 가속오번힐스, 미시간 2025년 8월 14일 /PRNewswire=연합뉴스/ -- 넥스티어 오토모티브(Nexteer Automotive, HK 1316)는 오늘 2025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매출
-
《사설》"노란봉투법 멈춰달라" 국회의원 298명에 편지쓴 손경식 회장
"노란봉투법 멈춰달라" 국회의원 298명에 편지쓴 손경식 회장 이재명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친노동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관계법 확대 적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노동시간 단축 등 강도 높은 친노동 정책이 포
-
[칼럼] "초등생에게 인문학을 허하라 " -이원희 기자-
교실은 쉼 없이 굴러가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자주 멈춰 선다. 질문은 속으로 삼켜지고, 외워야 할 정답만이 칠판을 뜨겁게 달군다. 정답을 맞춘 아이는 칭찬받고, 의문을 품는 아이는 뒤처진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들로부터 '사유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교육이 먼저 선행되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과연 교육이란
-
[최용대 평론] 김은경시인의 '몸 예보' 몸의 기상학
시인 풀꽃 김은경몸 예보 / 김은경손등이비의 음절에 젖는다길가에서,창가에서,화단 한 귀퉁이에서대지의 답답함을빗질하듯 씻어내고,꽃의 허리를곧추세운다비를 점치던할미의 묵은 예보가찌부둥한 나의 허리에닿던 순간부터,나는 천기를 누설하기시작했다아~이~고~로 시작돠는순도 백 퍼센트자연 만상의 내림이었다마음 한쪽은여전히쨍쨍한 햇살 속에살고 있음에도...시/ 몸 예보김은
-
《인문칼럼》인문학에서 가을의 낭만 찾아보시라
인문학에서 가을의 낭만 찾아보시라사회적,경제적,어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심리적 우울감은 삶의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 더욱 증폭된다. 하지만 삶의 주도권과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은 늘 우리 곁에 있어왔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문제와 갈등에 부딪히고, 정답을 갈구하며 노력해왔다. 애석하게도 삶에는 정답이 없다.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생
-
《인문사회칼럼》 너와 나` 묶어줄 민족주의
너와 나` 묶어줄 민족주의한국사람들의 심성 가운데는 묘한 극단성이 있다. 한번 친해지면 간이라도 내어줄듯이 좋아하다가도 한번 싫어지면 세상없는 원수를 대하듯이 미워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한번 삐뚤어지면 일평생 섭섭했던 감정을 다 노출시켜서 철저한 원수로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평생의 친구를 쉽게 잃어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이러한 현상은
-
대구경북작가회의, 제31회 여름문학제 시민과 함께
대구경북작가회의(회장 신기훈)가 주관한 올해 여름문학제는 피폭 80주년을 맞아 원폭문학과 원폭 피해자의 삶을 알아보는 알찬 시간을 가졌다. 지난 1일 대구 중구 동성로 혁신공간 바람 상상홀에서 ‘원폭문학, 새 길을 모색한다’를 주제로 제31회 여름문학제를 시작한데 이어 9일에는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과
-
《사회과학 칼럼》성경의 원본이 발견된다면
성경의 원본이 발견된다면?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세상엔 단 하나뿐인 오리지널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대영도서관의 마그나 카르타, 영국 박물관의 로제타 스톤. 정교한 복제품이 떠돌아도, 사람은 늘 ‘진짜’를 보러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