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칼럼》성경의 원본이 발견된다면

최용대 기자

등록 2025-08-11 03:03

성경의 원본이 발견된다면?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세상엔 단 하나뿐인 오리지널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대영도서관의 마그나 카르타, 영국 박물관의 로제타 스톤. 정교한 복제품이 떠돌아도, 사람은 늘 ‘진짜’를 보러 간다. 반면, 수천 년간 문명과 윤리, 예술과 정치의 심장이 되었던 책, 성경은 원본이 없다. 이사야가 쓴 두루마리나 바울이 적은 편지는 사라졌다. 우리가 읽는 성경은 수많은 필사본을 비교하고 엮어낸 복제품이다.


구약은 기원전 10세기 무렵부터 다양한 이야기와 법, 노래가 편집되며 형성되었다. 그 전부터 구전된 말이나 전수된 글이 자료였다. 신약은 입으로 전해진 예수의 삶과 말씀, 손으로 옮겨진 사도의 편지들이 세월을 지나 한 책으로 모인 기록이다. 발견된 신약의 헬라어 사본만 해도 5,800개가 넘는다. 사본 간엔 단어 순서나 문장 누락처럼 미세한 차이가 있다. 학자들은 지금도 ‘가장 원본에 가까운 성경’을 재구성하기 위해 고대 문자 퍼즐을 맞추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읽는 구약은 대부분 기원후 10세기 유대인 마소라 학자들이 정리한 본문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1947년, 사해 인근의 쿰란 동굴에서 두루마기 사본이 발견되며 학계는 긴장했다. 예수 시대 실제로 읽던 성경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소라 본문과 큰 차이가 발견된다면 유대교와 기독교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문제가 될 만한 차이는 크지 않았다. 복사기도 없던 시절, 그 방대한 문헌을 약 천 년 동안 어떻게 전수했을까? 당시 필경사는 한 글자라도 틀리면 두루마리를 통째로 버리거나 태웠다. 하나님의 이름을 적을 때는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을 정도다. 그들에게 신은 하늘이 아니라 책 안에 있었다.


만약 어느 날, 모세의 친필 두루마리가 발견된다면? ‘정통 텍스트’를 차지하겠다고 분명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예루살렘을 두고도 많은 피를 봤다. 애초에 원본을 남기지 않음으로써, 다행히 성경은 그런 위험을 피해 갔다. 성경도 아닌, 성경을 해석한 교리를 두고도 인간은 우매하기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한 교리만 정답이라고 믿는 순간, 다른 해석을 견디지 못할 뿐 아니라 학살도 감행했다. 프랑스 남부의 카타리파를 향한 십자군, 위그노 대학살, 종교재판의 화형대 위에 오른 수많은 이들. 모두가 ‘정답’을 가진 자들이 벌인 비극이었다. 역사가 증언하듯, 단일성은 늘 인간의 무기가 되었다.


소위 진리의 책인 성경이 완성된 매뉴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진리를 고정된 문자로 읽지 않고, 유연한 이야기로 듣는 것이 신의 한 수다. 정답 대신 질문을, 교조 대신 거울을 우리 앞에 남긴 책이 성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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