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대 평론]  김은경시인의 '몸 예보' 몸의 기상학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8-13 15:45

몸과 기후, 감각의 시학

시인 풀꽃 김은경


몸 예보 / 김은경

손등이
비의 음절에 젖는다
길가에서,
창가에서,
화단 한 귀퉁이에서

대지의 답답함을
빗질하듯 씻어내고,
꽃의 허리를
곧추세운다

비를 점치던
할미의 묵은 예보가
찌부둥한 나의 허리에
닿던 순간부터,

나는 천기를 누설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로 시작돠는
순도 백 퍼센트
자연 만상의 내림이었다

마음 한쪽은
여전히
쨍쨍한 햇살 속에
살고 있음에도...



시/ 몸 예보


김은경의 '몸 예보'는 자연 현상과 신체 감각의 교차하는 지점인 '몸'을 매개로, 자연 인지 방식을 시학적으로 시도한 작품이다.  비를 점치던 할미/ 는 전근대 농경사회에서 기후 예측의 중요한 주체였던 여성 공동체의 표상이다. 이들은 피부, 관절등 신체 감각을 통해 대기의 저기압 변화를 감지했다. 시인은 이러한 전통을 ‘몸 예보’라 부르며, 자신의 “찌부둥한 허리”로 기후 예측이라는 민속적 감각을 세대 간 구전과 몸의 기억을 통해 내적 계보학을 구축했다. 몸은 세대 간 지식이 전승되는 매개이며, “허리”라는 신체 부위는 육체적 고통이자 기후 변화의 계기판으로서 이중적 기능을 수행한다.


작품의 중심부에서 “아고~”라는 토속적 발성은 의성어·의태어의 음향적 사건이다.
일상적 탄식이 시 속에서 발화되며, 독자를 청각적 장면으로 끌어들이는 구어성, 원시적 수단의 교신과 주술성 그리고 발성의 진동이 일으키는 음향적 기후 현상을 촉발시키는 전의성, 이렇게 문학적 세 가지의 당위성을 내포한다. 김은경 시인은 이를 “순도 100퍼센트 자연 만상의 내림”으로 명명하며, ‘내림’이라는 단어를 물리적, 신탁적·형이상학의 사건으로 격상시킨다.

마지막 연의 내 마음은 아직 쨍쨍한 햇살로 살고 있는데도/ 라는 구절은 심리적 시간과 신체적 시간의 비동시성을 가진다. 이는 메를로-퐁티(Merleau-Ponty)가 말한 ‘살의 시간성’을 상기시킨다. 즉,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신체적 시간 속에서 살지만, 의식은 종종 그 시간과 비껴선다.
이러한 어긋남은 시의 긴장을 형성하며, 독자로 하여금 역전된 인식 구조를 수용하게 한다. 가끔은 일기예보보다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인체의 비밀스러운 감각이 경이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먼저 김은경 시인의 시 '몸예보'를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평론 최용대-





풀꽃 김은경 /  프로필


충북대 아동복지학과졸

자유문예작가 신인문학상
대한적십자1,500시간표창
청주시어린이집연합회표창
시와늪문인협회 충청권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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