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확성기 철거 없다"… 대북 조급증이 부른 민망한 해프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확성기를 철거한 적이 없으며, 의향도 없다"고 14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반응이다. 북한 반응에 성급히 의미를 부여했다가 되레 체면만 구긴 셈이다. 정부의 대북 조급증이 낳은 민망한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일 군 당국은 "북한군이 일부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실제 철거된 확성기는 40여 곳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김여정 담화로 확성기 철거 의사가 없다는 북한의 공식 입장만 재확인됐다. 정부가 대북 정책의 성과를 과장 홍보하며, 호들갑을 떨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앞서 정부는 대북 방송을 먼저 중단한 뒤 북한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한미연합훈련도 일부 축소·연기했다. 그러나 김여정은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확성기 철거, 대북 전단 살포와 방송 중지, 훈련 조정 중 무엇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의 눈치를 보며 인권 문제까지 소극적으로 임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일방적인 구애를 거듭한다면, 오히려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평화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대북 정책 기조를 흔들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북한은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의 일회성 제스처만 보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섣불리 기대하기는 어렵다.
평화는 북한의 호응 없이 우리의 선의로만 찾아오지는 않는다. 정부는 대화 유도 노력은 지속하되, 과거 북한이 겉으론 대화하며 뒤로는 도발한 이중적 태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튼튼한 안보태세 위에 작은 변화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릴 때 비로소 대화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최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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