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공사비·공기가 건설안전 출발점
공사비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기업이 잇단 산재(産災)사고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강도 높은 질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정 수반이 관심을 두고 안전을 독촉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책 접근 방법이 실효성 부족한 기존의 벌칙 강화와 단속에 치우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2017∼2024년 중 건설업의 사고사망인율은 1.57∼2.00 수준이었다.
권한에 따른 책임이 불합리하고 산업 차원의 이행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의 벌칙은 형평성이 부족한 것이며, 외부자의 지나친 개입과 감독은 안전 수준 개선보다 비용과 공기에 부담을 더하는 역기능을 할 수 있다. 국정 수반의 강력한 독려가 중장기적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좀 더 심층적인 진단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첫째, 국가 차원의 노력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건설사고의 근본 원인에 대한 올바른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사고 방지를 안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건설생산 체계 전반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건설기업에 족쇄가 되는 누적된 구조적 문제는 단속 이전에 국가가 선결해야 할 과제다.
둘째, 기존 건설안전 법제에서 안전의 원칙을 벗어난 오류를 우선 시정해 안전 활동이 실효적으로 이행되게 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빈번한 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수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며 한시적·유동적 속성을 갖는 건설 공사에는 부적합한 요소들이 남아 있다. 안전관리자는 안전보건조정자로 통합하고 발주자 참모로 역할을 재정립해 생산안전 일체의 원칙에 따라 공사팀이 안전 활동을 하게 해야 한다.
셋째, 건설기업의 소유자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에게도 권한에 합당한 책임을 분담시켜 시공자에게 쏠린 책임 체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목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발의됐던 건설안전특별법안의 내용은 1999년에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의결됐었던 만큼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특별법은 처벌이 아니라 건설기업이 적정한 공사비와 공기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넷째, 안전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이행 여건의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의 취약한 공사 여건으로는 노력만으로 중대재해를 근절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하다. 특히, 건설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건설기능인 문제는 개별 건설사가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국가가 나서서 부실한 인프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경감시켜줘야 한다.
다섯째, 외부의 불필요한 개입과 점검을 최소화하고, 점검자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게 해야 한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은 역량·인력·비용·기간 등이 모두 한계상태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외부의 개입은 부족한 자원을 더 고갈시켜 현장을 더 위태롭게 할 소지가 크다.
끝으로, 건설산업의 안전과 정책은 미국의 사례처럼 국가 목표로 삼아 대통령실이 주관해야 한다. 공사의 안전을 좌우하는 예산편성과 발주, 건설 기능인력 확보와 유지 등은 정부의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데 개별 부처 간 협의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명을 담보로 한 건설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만큼 건설기업에도 적정한 이행 여건이 제공돼야 한다. 대책을 마련하는 데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최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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