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칼럼》 멀리서 보기.

최용대 기자

등록 2025-08-21 11:06


멀리서 보기.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후 겪는 ‘조망 효과’라는 현상이 있다. 그들은 우주에서 파란 구슬처럼 떠 있는 지구를 보며 인류에 대한 연민과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고 한다. 국경, 종족, 이념도 보이지 않는 그 작은 행성에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 말이다. 한 우주비행사는 먼 지구를 향해 “그만 싸우고 정신 좀 차려라!” 소리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 조망 효과가 때로는 우리가 ‘광대한 것’을 봐야 하는 이유다. 사막의 끝없는 모래언덕, 거대하고 우람한 협곡들, 몇 시간을 달려도 끝나지 않는 밀밭, 이런 광대함 앞에서 우리는 나의 작음을 깨닫고 동시에 그 작은 존재들이 모인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낀다. 2002년 월드컵 때 광장에 모인 붉은 악마들의 무리 속에서 내가 이 나라의 일원임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매일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이런 경험은 필수적이다.


애덤 그랜트의 책 ‘싱크 어게인’(Think Again)에 따르면, 야구팬들에게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경쟁팀의 ‘공통점’을 쓰게 한 후, 상대편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도울 확률을 조사했더니 70%가 도움을 주었다. 반면 자기 팀을 사랑하는 이유만 쓰게 한 집단에서는 30%만이 도움을 주었다. 공통점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편견은 줄고 연민이 커진다는 증거다. “중국인 같지 않군” “무슬림치고는 괜찮아”라는 말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는 뜻이다.


칼 세이건은 지구를 가리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렀다. 그곳이 우리 집이고, 그 위에서 우리가 아는, 들어본, 역사상 존재한 모든 인간이 삶을 보냈다고 말이다. 정보의 바다가 아닌 실제의 바다, 푸른 모니터가 아닌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를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건 결국 내 안의 목소리다. 광대함은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의미를 성찰할 여유를 준다. 모니터 속 픽셀 단위로 쪼개진 세상만 바라보던 눈이 거대한 지평선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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