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병 주고 약 주는 사람들 - 배성근-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8-24 11:00

언어와 행동은 타인의 정신과 신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배성근 시와늪 대표는 "병 주고 약 주는 사람들"을 통해 말의 양면적 속성과 그 사회적 파급력을 분석하며, 상처를 남기지 않는 성숙한 관계의 윤리를 제시해 서로에게 약이 되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이원희 기자-

배성근 발행인  


병 주고 약 주는 사람들

살다 보면 ‘병 주고 약 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실감할 때가 있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상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는, 뒤늦게 가벼운 미소나 형식적인 위로로 마치 모든 것이 회복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들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상처받은 사람은 이미 마음의 병이 깊어져 치료비를 치르듯, 감정적·정신적 대가를 감내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말은 공기처럼 가볍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말은 총칼보다 더 깊이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마음에 생긴 상처는 엑스레이나 초음파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몸의 기능을 교란시키고 질병을 촉발하는 강력한 원인이 됩니다. 병원 진료실에서 흔히 만나는 고혈압, 위염, 편두통 같은 질환의 배경에는 장기간 쌓인 스트레스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일상 속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의학적 연구는 이를 뒷받침합니다. 미국심장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적인 심리적 압박과 언어적 폭력은 심근경색 위험을 2배 이상 높입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발표하는 건강 보고서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현대인의 3대 건강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말의 폭력과 뒷웃음의 가벼움은 개인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심각한 요인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병을 주고 나서 약을 주려 할까요?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가해자의 죄책감 회피’로 설명합니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었음을 알지만 책임은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얄팍한 친절이나 농담으로 상황을 덮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중으로 상처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상처를 준 사람은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여기지만, 상처받은 쪽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직장, 가정, 학교 등 공동체 안에서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직장 상사의 무심한 한마디, 가족 간의 비아냥거림, 친구들 사이의 장난 섞인 비난이 ‘사소한 일’로 치부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의 건강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최근 청소년 자살 원인 조사에서도 ‘언어적 폭력과 무시’가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 간 갈등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말 한마디가 약이 될 때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격려는 치료제 못지않은 힘을 발휘합니다. ‘걱정 마세요, 잘 회복될 겁니다’라는 따뜻한 말은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고, 실제로 회복 속도를 앞당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한 실험에서는 긍정적인 언어적 지지를 받은 환자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30% 빠르게 회복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결국 약이 되는 말은 값비싼 약물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세상살이는 서로가 서로의 약이 되어야 건강해집니다. 작은 미소 하나,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는 배려가 곧 예방의학이자 최고의 건강 관리입니다. 병을 주고 약을 주는 모순된 삶이 아니라, 애초에 병을 주지 않는 삶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간단합니다. 말과 행동은 언제나 상대에게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입니다. 그 흔적이 상처가 될지, 아니면 약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가볍게 던진 한마디가 상대를 병들게 할 수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나는 내 곁의 누군가에게 병이 되는 말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약이 되는 말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작은 성찰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경남 창녕 부곡 출생(1963)했다. 1982년10월 ≪영축≫지『들길에서』외 2편의 詩 추천 데뷔했다. 2007년 계간『사람의 문학』김용락 교수(시인, 평론가) 詩 부문 추천 등단. 2010년 제8회『설중매문학』신춘문예 詩 부분 당선. 2007년 낙동강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 도서출판 성연『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이슬속에 바라본 세상』 출간. 현재 2008년 계간 詩와늪 창간부터 현재 제68집을 편집 발행했으며 도서출판 성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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