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칼럼》 ‘다름’에 색안경을 끼지 마라

최용대 기자

등록 2025-08-24 22:01


‘다름’에 색안경을 끼지 마라





주위에서 흔히 피부색이 다르거나 말투가 조금이라도 어눌하면 먹물이라도 되는 양 피하게 되는 일이 있다. 서울역 앞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다. 노숙인이라도 있으면 괜히 빙 돌아서 가기도 한다.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다거나, 손을 내밀거나, 말을 붙이지 않았음에도 지레 피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단순하게는 내가 한 말에 리액션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좀 어눌하거나 뚱뚱하다는 이유로 그 애가 밉고 싫기도 하다. 상대방이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사는 곳과 부모님의 경제적 상황, 성적이나 좋아하는 연예인 등 환경이나 취향이 자신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면, 흠잡을 구실을 발견하고는 집중적으로 그를 닦달하기도 한다. 자기만큼의 에너지, 자기와 같은 방식, 자기와 같은 취향을 남들도 모두 가져야 한다는 순혈주의나 순수주의가 다양성과 개성을 막는다. 그리고 이게 바로 정답이라는 생각이,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배척과 폭력을 낳는다.


인터넷상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게 드러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씹는’ 네티즌을 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속어를 날린다. 이와는 반대로 자기가 싫어하는 연예인에 대한 기사가 뜨면 이유를 막론하고 비방하는 악플을 날린다. 싫은 건 무조건 싫은 거고, 좋은 건 무조건 좋은 거다. 싫은 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참을 수 없는 끔찍함이 되어, 욕은 기본이고 마녀사냥에 가까운 ‘신상털기’가 벌어진다. 택시, 지하철의 막말녀니 된장녀니 하는 동영상을 클릭할 때, 우리 모두 ‘사회윤리’를 외치는 척하면서 실은 한 사람에 대한 집단적 증오 속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소수적 가치를 외치는 자들의 목소리에 한번이라도 귀기울이기 전에 그 ‘소수성’의 존재 자체를 불결한 것으로 단정함으로써 거기에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닐까.


중국 당나라 때의 문인 유종원의 글 중에 ‘유복사문’이라는 글이 있다. 이 글은 살무사를 잡아 바친 어느 하인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살무사를 잡은 이유인즉 이렇다. 맹독을 지닌 살무사란 놈은 고약하단다. 기침소리나 걸음소리 등 사람의 낌새를 알아차리면 살무사는 이유를 불문하고 사람에게 덤빈다는 것이다. 맹독이어서 살무사에게 물린 자는 장애인이 되기 십상이라, 자칫 그놈에게 위험을 당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잡아 죽였노라는 것이었다. 위험한 것들은 미리, 위험이 닥치기 전에 제거한다! 그럴듯한 논리다. 그런데 관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놈은 덤불 속에 살고 너는 집 안에 사는데, 그놈이 네게 접근한 것이 아니고 네가 그놈에게 접근하여, 그놈을 건드려 죽자고 싸워 잡아서는 내게 가져왔다. 너는 실로 건장하고 또 모험적이어서 가벼이 그놈에게 접근하였다. 그러나 그놈을 죽인다면 너는 더욱 사나운 자가 된다. 저들 밭 갈아 수확하는 자들과 풀 베는 자들은 모두 그 마을의 토착민으로, 그에 방비하는 방법을 알고 들어가 쟁기와 채찍과 낫을 들고 두드려 그 해를 멀리한다. 너는 지금 덤불에서 구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며, 자기 거처의 빈틈을 없애고 뜰을 정리하며, 숲 깊이 가지도 않고 어두운 곳을 걷지도 않으니, 그놈이 어떻게 너를 해칠 수 있겠는가?”


뱀은 맹독을 지닌 채 풀섶 어딘가에 숨어 있다. 그놈은 인간과 다르니 말도 통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인간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다치기 전에 먼저 그놈을 죽여야 해! 나와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날 공격할 것이다, 라는 이 막연한 공포가 폭력을 낳는다. 그러나 뱀이 나를 공격할지, 내가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랄지, 나 따위에 관심이 있기는 한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모든 게 인간 자신이 조작해낸 두려움일 뿐이다.


나와 다른 모든 걸 ‘뱀’이이라 생각하고 그것들이 위험하다는 핑계를 들어 제거하려는 모든 시도, 자신의 의견과 생각이 다르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퍼붓는 저주의 말과 행위들. 이것이야말로 저 하인의 ‘죄 없는 살무사 살해’와 다를 것 없는 폭력이고, 차이를 참아내지 못하는 자들의 편집증적인 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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