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칼럼》 보통사람에 부는 ‘인문 바람

최용대 기자

등록 2025-09-04 20:30


보통사람에 부는 ‘인문 바람’




“문학과 철학이 내 인생의 객관적 모습을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달라지게 했다. 처음으로 딸에게 편지를 썼다.”


8년째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씨(56)의 말이다.



이씨는 서울시가 노숙자 등을 위해 마련한 ‘희망의 인문학’ 과정에 참여한 뒤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이씨의 말은 어느 위대한 인문학자가 인문학의 중요성, 의미를 강조할 때보다 더 가슴에 다가온다. ‘인문학, 인문정신의 힘’을 느끼게 했다.


‘문·사·철’(문학·사학·철학)로 대변되는 인문학은 밥 먹을 방법을 궁리하기보다는 왜 밥을 먹는지를 묻는다. 잘 먹고 잘 살아야지보다는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살펴보게 한다. 하찮은 듯한 일상을 살펴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우리 삶의 가치를 찾게한다. 그리하여 결국은 인간이 더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게 인문학의 힘이다.


최근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다.


강단과 구름 위에서만 노닐던 인문학이 저잣거리로 나오고, 땅으로 내려 앉는 듯하다. ‘먹물’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인문정신에 노숙자와 최고경영자(CEO), 주부 등 남녀노소 보통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대학 캠퍼스는 물론 구청의 회의실, 교회와 사찰 등에서도 동서양 고전강의가 열리고, 철학적 문답들이 오간다. 문·사·철 중심에서 음악과 미술 등으로 내용까지 풍부해지고 있다. 뉴욕의 노숙자와 알코올중독자들을 위해 인문학 강의를 시작한 ‘클레멘트 코스’의 얼 쇼리스가 보면 흐뭇해 미소를 지을 만하다.



지금 부는 인문학 바람에 기대가 크다. 부디 우리 모두의 반성과 저항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다.


경제만능·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된 삶의 태도에 대한 처절한 반성의 결과물이자, 효율·실용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이에 편승한 우리 사회흐름에 대한 저항말이다. 현대인의 불안이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알랭 드 보통의 지적을 모두가 가슴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한 쪽에선 인문바람이 한 차례 지나가는 유행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저 경제불황에 따른 즉흥적 위로의 산물이거나, 현실에서의 도피일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어쩌면 일부 사람에겐 인문학이 그저 폼나는 또다른 액세서리일 수도 있다는 염려에서다. 인문학마저 이제는 시장만능주의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느냐는 우려다.


우려도 있지만, 지금의 인문바람이 한 개인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대중을 거듭나게 했으면 좋겠다. 인문학의 힘이 더 나은 사회, 인간이 더 인간답게 살 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목소리를 천둥으로 키우고, 촛불을 횃불로 승화시키는 데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혼자 꾼 꿈은 그저 꿈에 그치지만 모두가 함께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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