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불완전한 합주 속의 길 -배성근-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9-17 08:42

배성근





인류는 언제나 ‘완벽한 세상’을 그려왔다. 갈등이 사라지고, 모든 가치가 조화를 이루며, 자유와 평등이 함께 춤추는 나라. 그러나 그 꿈은 마치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신기루와 같다. 가까이 다가서면 손에 잡히지 않고, 잡히는 순간 이미 흩어져 버린다.


함재봉 교수가 지적했듯,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은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정의와 자비는 달빛과 햇살처럼 동시에 세상을 가득 채울 수 없다. 정의가 강하게 빛날수록 자비의 그림자는 짙어지고, 자비가 넓어질수록 정의의 칼날은 무뎌진다.


자유와 평등 또한 그러하다. 자유가 한껏 흐드러지면 들꽃처럼 각자의 개성이 만발하지만, 그 속에서 강한 바람이 약한 꽃을 꺾어버린다. 반대로 평등을 완벽히 지키려 하면, 모든 꽃은 같은 높이로 잘려 나가고 자유는 잎사귀처럼 바람에 묶인다. 두 날개가 동시에 완벽히 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포기하지 않았다. 완벽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을 택하자. 그 차선책이 바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화음을 이루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다. 오히려 음이탈이 나기도 하고, 박자가 엇갈리기도 하는 합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맞춰가며, 큰 곡의 흐름을 이어가는 힘이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진정한 미덕이다.


문제는, 그 연주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갈등과 모순을 알면서도 실천에 주저한다. 자유를 외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평등을 말하면서도 이익을 먼저 챙긴다. 민주주의가 늘 불완전하게 흔들리는 이유는 제도의 결함이 아니라, 거울 속의 우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불완전한 합주를 멈출 수 없다. 봄과 겨울이 뒤섞이며 비로소 사계절이 아름다워지듯, 민주주의는 불협화음 속에서 조금씩 배워가며 자라난다. 중요한 것은 완벽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걸음을 내딛는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는 공동체의 선을 찾는 행위”라 했듯, 우리는 그 선(善)을 완벽히 구현할 수는 없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도착지가 아니라, 끝없는 항해다. 바람이 바뀌면 돛을 다시 매고, 파도가 거세면 노를 맞추어야 한다.


완벽을 꿈꾸는 나라는 무너지고, 불완전을 인정한 나라는 자란다.

민주주의는 이상향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걸어가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다.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이원희

이원희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5-07-05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이메일yong727472@naver.com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