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진 문학관 대표
최근 베트남 다낭(Da Nang)에서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돌아온 한 지인이 우스갯소리로 다낭市를 '경기도 다낭시'라고 말해서 문득 그곳이 연상이 되어 피식 웃음이 니왔었다. 이 말은 베트남 다낭이 한국인 관광객이 매우 많아 마치 경기도의 한 도시처럼 여겨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그 어느 나라보다 친밀한 관계가 형성이 된 것이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혼인이나 산업체 고용으로 인한 한국과의 인적 교류는 매우 활발하다. 특히 작년 상반기에만 천만 명이 베트남을 찾았는데 그 중 한국인이 250만 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4명 중 1명이 한국 사람인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가볍다. 우선 국민 소득이 2024년 기준, 한국도 생각보다 낮은 30위권으로 34,600달러인데 베트남은 4,800달러로 119위에 불과하다. 또한 결혼하기 위해 베트남 여성들이 매년 오천 명 이상이 국내로 입국하고 있지만 베트남 여성들은 대부분 나이 어린 여성들이고 한국인들은 혼기를 놓친 사십 대 이상의 중년에 돌입한 남성들이다. 이는 한국에 대한 동경심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필자의 이번 여행지 역시 다낭이었다. 9월 초의 현지 날씨는 떠나기 전의 한국과 거의 같았다. 공항에서부터 움직이는 거리 곳곳에는 한국어 간판과 안내 글이 넘쳐났고, 가는 곳마다 한국인들을 마주칠 정도로 마치 다낭시 전체가 한국 교포 사회 지역으로 착각이 될 정도였다.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호이안(Hoi An)은 물론, 마지막 일정이었던 바나힐(Ba Na Hills)까지 한국인들의 관광 행렬은 끝이 없었다.
사실 다낭은 베트남 사람들에겐 한이 서린 곳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패망하고 급작스럽게 철수를 단행한 지역이 바로 다낭 미케비치(My Khe Beach)로서 마치 한국 전쟁 당시 전격적으로 퇴각을 감행해야 했던 함경남도 흥남(興南)과 유사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해변을 통해 수 많은 베트남 난민들이 탈출했는데 당시 보트 피플의 숫자는 150만 명으로 그 중 11만 명이 해적과 보트 전복으로 인해 사망하였다.
월남전 당시 한국이 참전하면서 우리 군인들의 용맹성과는 별개로 혼란스러운 전쟁통에 베트남 민간인과 여성들에 대해 끼친 피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당시 전쟁에 파견된 대한민국 국군과 베트남 현지 여성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지칭하는 라이따이한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이번에 방문했던 다낭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낭시 인근 퐁니 퐁넛 마을과 하미 마을에서만 백 건이 넘는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오십 년이 지났는 데도 진정한 사과는 물론 베트남인들의 깊은 상처를 위로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 대하여 끊임없이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는 우리의 입장을 감안하면 낯부끄러운 이중 잣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 유난히 호의적인 베트남 사람들의 착한 국민성이 오히려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필자가 시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정한 눈길로 / 낭랑하게 건네는 신 짜오 // 다음에 와도 한결같을 베트남 / 낭자의 미소'. 필자의 시 '다낭'처럼 한국에 대한 원망에도 불구하고 덕으로 갚는다는 보원이덕(報怨以德)으로 더욱 따뜻하게 반겨 주는 베트남 사람들이 존경스럽기조차 한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은 나이 어린 베트남 여성들을 데려오는 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베트남 전쟁을 통하여 국가 부흥의 기회를 잡았던 한국이기에 빠른 시일 내에 진정한 유감 표명를 통하여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병상련의 전쟁의 아픔을 겪은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더욱 밀접한 우방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단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인 공석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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