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순간, 번뇌는 선택이다 -배성근-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9-19 09:02




불가佛家에는 짧지만 의미심장한 가르침이 전해진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화살을 맞게 된다. 그것이 첫 번째 화살이다. 기쁨과 슬픔, 억울함과 분노 같은 일상적 사건, 직장에서의 질책, 가정에서의 오해, 혹은 건강의 문제까지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삶의 과정에서 이런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첫 번째 화살보다 더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스스로 만들곤 한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했다면, 그 자체는 첫 번째 화살이다. 그러나 그 말을 곱씹으며 “나를 무시했구나”, “내 능력을 깎아내린 거야”라며 해석을 덧붙이는 순간 두 번째 화살이 날아든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말실수나 오해는 금세 지나갈 수 있다. 그런데 “왜 늘 나만 이렇게 대하나”라는 생각을 붙잡으면 상처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 두 번째 화살을 자주 불러오는 원인은 다름 아닌 ‘자존심’이다. 자존심은 겉으로는 나를 지켜주는 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드는 벽이 된다. 작은 일도 자존심의 렌즈로 바라보면 불필요하게 크게 다가온다. 반면 자부심은 다르다. 그것은 내가 걸어온 길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힘이다. 자부심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상처 위에 또 다른 화살을 얹지 않는다.


삶의 지혜란 첫 번째 화살은 담담히 받아들이되,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데 있다. 상처는 순간이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 화살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상처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면, 그 아픔은 순간으로 흘려보내고 사건은 사건으로만 남겨야 한다. 마음이 과거에 붙잡히지 않고, 불필요한 자존심을 내려놓을 때 번뇌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내가 겪는 고통은 남들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내가 만든 두 번째 화살이 더 크고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첫 번째 화살에서 멈췄는가, 아니면 두 번째 화살까지 맞고 있는가?”


가을바람이 서늘해지는 이 계절, 마음의 화살통을 비워내는 연습을 시작해 보자. 그것이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안을 얻는 길이다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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