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생진 시인을 추모하며 -청암 배성근-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9-20 08:41

바다의 시인, 별이 되다

― 故 이생진 시인을 추모하며

이생진 시인 출저 별마당

    바다의 시인, 별이 되다

― 故 이생진 시인을 추모하며



한 세기를 살아낸 시인이 바다 끝에 닿아, 마침내 영원의 항해를 시작했다. 아흔일곱 해의 세월을 품고 떠난 고 이생진 시인은 한국 현대시사에서 ‘바다의 시인’으로 불린 인물이다.


- 섬과 바다, 시인의 평생의 주제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육지에서 학문과 문학을 시작했지만, 삶의 무게가 깊어질수록 마음은 섬과 바다를 향했다. 연안과 도서를 오가며 그는 그곳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거친 바람과 파도 속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어부의 손, 차가운 물결 속으로 몸을 던지는 해녀의 숨결, 그리고 작은 섬마을에서 묵묵히 이어지는 생의 리듬.


그 풍경 속에서 그는 시를 길어 올렸다. 섬은 고립과 외로움의 상징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생존의 터전이었고, 바다는 모든 것을 품어내는 거대한 어머니였다. 시인은 이 두 세계를 오가며 인간 존재의 근원과 존엄을 노래했다.


- 대표작, ‘섬에서 시작하여 바다로 가자’


그의 대표작 *〈섬〉*은 고독한 인간 존재의 은유로 읽힌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인간은 홀로일 수밖에 없음을 직시하면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로 가자〉*라는 선언을 통해 섬의 고독을 넘어서 삶의 더 큰 지평으로 나아가자고 우리를 이끌었다.


그의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묵직했다. 화려한 수사보다 맑은 물결처럼 투명한 언어로, 그는 바다의 숨결을 전했다. 짧은 행마다 실린 울림은 단순한 서정의 차원을 넘어, 한국 현대시가 도달한 한 봉우리를 보여준다.


- 삶과 문학의 합일


이생진 시인의 문학은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는 은퇴 후에도 섬에 머물며 시를 쓰고, 바다를 걷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시 속의 바다는 문학적 상징을 넘어 그의 일상이자 삶의 방식이었다. ‘삶과 시의 합일’이라는 오래된 화두를, 그는 자기 방식대로 완성한 것이다.


- 우리에게 남긴 유산


이제 시인은 떠났으나, 그의 시는 여전히 파도처럼 남아 우리를 두드린다. 섬의 고독을 끌어안으면서도 결국 바다를 향해 나아가던 그의 시적 여정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물음이다.


우리는 각자의 섬에서 살아간다. 고립과 단절의 시대, 시인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말한다.

“섬에 머물지 말고, 바다로 나아가라. 더 넓은 생의 지평을 향해 나아가라.”


- 헌사


안녕히 가십시오, 시인이여. 당신이 남긴 말과 노래는 바람에 실려 여전히 출렁이고 있습니다. 당신의 항해는 끝났지만, 당신이 남긴 시의 바다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당신의 목소리를 따라 조용히 되뇌일 것입니다.


“섬에서 시작하여, 바다로 가자.”


바다는 언제나 그의 언어였다. 섬과 물결, 고독과 기다림이 그의 시 속에서 맥박쳤다. 97년의 긴 세월을 오롯이 시와 더불어 살아온 고(故) 이생진 시인께서 이제 별빛으로 돌아가셨다. 그의 시는 우리에게 바다의 푸름을, 섬의 고독을, 삶의 깊이를 남겨주었다. 이 자리에 바다의 시인을 추모하며 헌정의 시 한 편을 바친다.


 <추모시>


바다의 시인, 별이 되다

― 故 이생진 시인을 추모하며

    

                               쳉암  배성근


바다와 더불어 살던 한 시인이

아흔일곱 해의 항해를 마치고

마침내 영원의 포구에 닿으셨다.


섬과 바다는 그의 언어 속에서

늘 살아 움직였다.

해녀의 숨결, 어부의 그을린 손,

고향을 잃은 이의 그리움마저

그의 시는 한 편의 파도처럼 품어내었다.


이제 바다는

그를 고요히 끌어안고

하나의 별빛으로 되돌려 주었다.

그 별빛은 물결 위에 출렁이며

남은 우리 가슴 속에

섬의 노래로, 바다의 기도로 머무를 것이다.


시인이여,

당신이 남긴 단어 하나, 숨결 하나는

푸른 바다의 물결처럼

끝내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의 긴 항해를 기억하며,

우리 또한 그 물결 위에서

다시 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남긴 목소리를 따라

조용히 되뇌입니다.


“섬에서 시작하여, 바다로 가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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