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의 시학, 평등과 위안으로 어루만지는 삶”

박상봉 기자

등록 2025-09-28 16:49

30일 산아래 詩 경산 백자로 책방에서

장정일 스승 박기영 시인 북토크 열린다

가을빛이 짙어가는 9월 30일 저녁6시 경산 백자로137page 책방에서 ‘산아래서 詩누리기’ 서른 번째 순서로 박기영 시인의 북토크 ‘국밥론’이 열린다.


‘산아래 詩’ 2호 자매점이며 국밥집이라는 특이한 장소에서 열리는 이날 행사는 박상봉 시인이 진행을 맡아 미니 북토크 대담에 나선다. 


또한 남익지·박소연·오문희·황영·황윤옥 등 시인과 시낭송가, 독자들이 참여하는 시 낭송에 이어 저자 사인회도 함께 한다.


이번 북토크의 주인공인 박기영 시인은 1982년 매일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및 『우리 세대 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聖·아침 』, 『숨은 사내』, 『맹산식당 옻순 비빔밥』, 『무향민의 노래』 등 다섯 권의 시집과 우화소설 『빅버드』를 펴낸 중견 시인이다. 충북 옥천에서 옻 연구를 하며 삶과 시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이번 신작 『국밥론』을 통해 다시 한 번 독자와 깊은 대화를 나눈다.


『국밥론』은 삶의 상처와 아픔을 위무하는 수행의 시편으로, 국밥 한 그릇의 평등성과 위안에서 출발한다. 제1부에서는 제주 4·3을 비롯해 음식의 기억으로 삶을 풀어냈고, 제2부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사회적 죽음을 애도했으며, 제3부에서는 팔레스타인 이주민의 삶을 다루며 세계적 고통에 시선을 보냈다. 시인의 말처럼 “시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위안의 방법”이라는 고백이 책 전반에 관통한다.


행사에서는 시집의 주요 작품인 「국밥을 왜 먹어」, 「옥야식당 선짓국2」, 「새벽 국밥집에서」 「고당리 겨울밤」등이 낭송되고, 장정일과 함께 엮은 2인시집 『聖·아침』에서 근작 시집 『국밥론』까지 시인의 삶과 언어의 세계가 소개된다. 뜨거운 국밥의 국물이 전하는 위안처럼, 청중들 또한 시인의 언어가 던져주는 삶의 숨결을 공유하며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한편, 전국 열네 곳의 ‘산아래 詩’ 책방 네트워크가 이어오고 있는 연속 문학 기획 ‘산아래서 詩누리기’가 2023년 7월 이하석 시인 초청 행사 이래 어느덧 서른두 번째 북토크를 맞이했다. ‘산아래서 詩누리기’는 전국의 독립 시 전문 책방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문학 프로그램으로, 지역과 지역을 잇는 풀뿌리 문학 연대의 장을 만들어왔다. 서른두 번째를 맞은 이번 북토크는 단순한 낭독회나 대담을 넘어, 문학적 계보와 전승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품는다.


박기영 시인은 1980년대 등단 이후 시적 실험과 꾸준한 창작 활동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그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제적 작가 장정일을 발굴하고 길러낸 스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정일은 시인으로 출발하여 스물여섯 약관의 나이에 제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소설·희곡·비평까지 아우르며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박기영 시인의 문학적 지도와 정신적 토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이미 문단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장정일이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언어로 한국 문단에 충격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시절 박기영 시인의 가르침 속에서 언어와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힘을 배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북토크는 단순히 한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자리를 넘어,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사제 관계와 창작 전승의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시와 독자가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는 공동체적 축제라는 점에서 뜻깊다. “詩누리기”라는 이름 그대로, 시는 책장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누려지고 공유되는 예술임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 관계자는 “서른두 번째 북토크라는 축적 자체가 ‘산아래 詩’ 네트워크의 힘을 증명한다”며 “박기영 시인과 장정일의 관계를 통해, 한국 문학의 세대적 계승과 지역문화의 확산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북토크는 ‘한 그릇 국밥 같은 평등과 위로’를 실감케 할뿐 아니라, 지역 독립책방이 주도하는 생활문학 운동의 성과이자, 시인과 독자가 함께 빚어내는 새로운 문화 지형도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1985년 4월 10일 초판 발행한 박기영·장정일 2인시집 『聖·아침』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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