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가을 모기

최용대 기자

등록 2025-10-02 06:15

가을 모기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 있어도/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다산 정약용도 모기한텐 당해낼 재간이 없었나 보다. 오죽했으면 모기를 증오하는 시 ‘증문(憎蚊)’을 남겼을까. 이마에 울퉁불퉁 혹을 돋게 하고, 제 뺨을 제 손으로 치게 하는 모기에 다산이라고 별수 있었겠는가. 이 시는 몇백 년이 흐른 지금도 모기 얘기를 할 때마다 인용되곤 한다.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들을 모기에 빗대 풍자했다는 해석이 있지만, 탐관오리만큼이나 모기가 성가신 존재인 건 맞으니 그대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모기는 7~8월 크게 늘었다가 9월 하순쯤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처서가 훌쩍 지났건만 모기 위세는 꺾일 기색이 안 보인다. 소셜미디어에도 “아직 모기장 치고 잔다” “가을 모기 너무 빠르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서울시 모기 채집 통계를 봐도 9월보다 10월에 채집된 모기 개체수가 더 많다. 2018년 이후론 8월보다 9월에 더 모기가 많았다.


가을 모기 역습에 비상이 걸린 지역은 모기 출현 빈도가 더 높은 농촌이다.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전파되는 소 럼피스킨병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29일 오후 2시 기준 확진 사례는 모두 61건이다.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3주가 걸린다는데, 그사이 날아다니는 모기를 상대하기가 만만한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협적인 감염병을 일으킨 매개체가 모기라는 사실까지 떠올리면, 이 작은 불청객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모기가 늦가을까지 활개를 치는 건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출현 기간이 늘어났다. 하기야 실내 난방이 좋아지면서 겨울 모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방방곡곡으로 치명적인 전염병까지 퍼뜨리는 모기를 향한 미움 대신 그저 인간을 탓할 일이다. ‘증문’의 마지막 절은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로 끝난다. 당장은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에 철두철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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