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이기주의자들, 거울 앞에 선 우리 -청암 배성근-

이원희 기자

등록 2025-10-04 10:25


청암 배성근 시와늪문인협회 회장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그중 가장 피로한 유형은 단연 이기주의자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이 중심에 서 있다고 믿는다.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관계 속에서도 권리는 크게 주장하면서 책임은 가볍게 여긴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자신의 편의에 민감하다 보니, 가까이할수록 신뢰는 빠르게 무너지고, 공동체는 작은 균열로부터 흔들린다.


그러나 이기주의자는 단순히 남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어쩌면 우리 각자의 그림자다. “나만 옳다, 나만 편해야 한다”는 속삭임은 누구의 내면에나 숨어 있는 본능이다. 인간은 본래 자기 보존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본능이 선을 넘어설 때다. 나의 편안함이 남의 상처가 되고, 나의 욕망이 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협할 때, 이기주의는 더 이상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독으로 번져간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둘러보면 그 흔적은 낯설지 않다. 환경 문제에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무책임은 숲과 강을 병들게 한다. 정치의 장에서는 국민의 삶보다 당리당략이 우선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직장에서는 협력보다 실적을 챙기려는 풍토가 피로와 냉소를 키운다. 심지어 가족 안에서도 재산을 둘러싼 다툼이 오랜 정을 허물어뜨린다.


짧은 순간의 이익은 달콤해 보일지 몰라도, 그 대가는 결국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쓸쓸한 빈자리로 되돌아온다.


공자는 “군자는 의를 먼저 생각하고, 소인은 이익을 먼저 좇는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인간 사회가 유지되는 근본 원리를 일깨우는 말이다. 품격 있는 삶이란 타인의 몫을 빼앗아 챙기는 데 있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도리를 앞세우는 데서 빛난다.


이기주의자들은 결국 우리의 거울이다. 그들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불편함은, 사실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작은 이기심을 비추는 반사광일지 모른다. 거울 앞에 선 우리는 그 불편함 속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조금 더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는다.


나 하나의 욕심을 비우는 일은 작고 미약해 보인다. 그러나 그 작은 선택들이 모이면 사회는 더 따뜻해지고, 공동체는 한층 더 단단해진다. 결국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길은 거창한 제도나 거대한 담론 속에 있지 않다. 바로 지금, 거울 앞에 선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변화에 달려 있다.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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