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인배로 사는 일 -공석진 작가-

이원희 기자

등록 2025-10-11 18:58

공석진 문학관 대표

  세상에는 소인배들만 넘쳐나고 대인배들은 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소인배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 씀씀이가 좁고 간사한 사람들이나 그 무리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대인배는 마음이 넓은 사람을 말하는데 세상을 보는 눈이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역지사지를 바탕으로 소외된 것들에 대한 포용 즉 인도주의가 근간인 휴머니스트이다. 


  그러나 대인배로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본인 스스로가 매일같이 삶에 찌들어 산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자신의 마음 한 켠에 너른 빈터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빈터 / 공석진 시


'누구나 쓸모없는 시간이 가장 쓸모 있게 / 숨 고를 수 있는 유예된 장소 하나 있을까 / 누구나 한 발짝 물러서서 / 눈앞에 펼쳐진 부대끼는 광경 / 관조할 수 있는 빈 전망대 하나 있을까 / 마음 속 빈터 / 진정한 자유의 실체' 필자의 시 '빈터'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에 따른 자책이다.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 내는 일에 매우 버거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은 심각한 현대인의 비애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 나답게 사는 진정한 자유의 실체를 누려야 한다.


  두 번째는 관성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은 허구일 수 있는 지금까지의 가치나 체계에 휘말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외면해 온 쓸모없는 것들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은 필수다. 당연한 것들에 최소한 저항심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껏 자신을 지배해 온 고정 관념을 이쯤에서 버리고 의문적 사고를 바탕으로 진실을 찾아야 한다. 여기엔 늘 회의(懷疑)하고 감수성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변화가 관건인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만을 챙기는 이기심은 소인배의 다른 표현인 잡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항상 주위를 살펴야 하며, 나 이외에 다른 것들을 바라보는 연민과 동정심은 필수이다. 이것은 바로 감응(感應)으로 연결된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내적 굴레에서 머물지 않고, 외연으로 확장 이동시켜서 발휘하는 용기있는 관심과 배려가 바로 감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향을 받은 자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말처럼 선행이 선행을 낳는 선순환으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의 첩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세상의 변화를 읽어야 하며, 선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 덜 종속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낯선 사람, 낯선 풍경에 대하여 너그러워질 수 있다. 매 순간 어떤 존재든 이미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 대응하고 친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바로 대인배의 자세인 것이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더욱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우리가 알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세상의 참모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동태를 살피고 사람이든 자연이든 지구상에서 함께 공존하는 모든 생명체에 존엄한 가치를 끊임없이 부여할 때 진정한 대인배로 살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대인배들의 존재만으로 세상이 훈훈해지는 시를 지을 것이며, 시인으로서 죽을 때까지 세상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작업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두고 남들이 오지랖이라고 말한다고 해도 자기 것만 챙기는 소인배의 삶은 거부할 것이다. 따라서 시인이란 단어가 정체된 상태의 명사가 아닌, 세상 모든 것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는 동사임을 가슴에 새기며 혼란스러운 현실에 올바른 질서를 부여하는 일에 진정한 작가 정신을 발휘하여 일체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호기심이라고 하기엔 / 공석진 시


  '호기심이라고 하기엔 병인 것이다 / 길가에 핀 들꽃 / 담벽에 쓰여진 사랑 고백 / 멱살잡이하는 사람들 / 하다못해 사람 찾는 전단지까지 /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 모두 하나도 놓치 못했다 / 그러면서 걱정을 한다 / 꽃들은 잘 버티고 있는지 / 낙서가 지워지기 전에 사랑은 이루어졌는지 / 시비 붙은 사람들은 화해는 했는지 / 간절히 찾던 그 사람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 기우란 이런 것이다 / 하늘이 무너질까 종종 하늘을 기웃거리는 쓸데없는 오지랖' 필자의 시 '호기심이라고 하기엔'이다.


  이렇게 섬세한 호기심을 빙자한 필자의 오지랖은 사실은 선천적이라고 할 만큼 어릴 때부터 유별나다. 그러나 그 오지랖의 실체는 외면 받는 것들에 관한 관심이며, 또 그들과 나의 공존의 일상이기에 그에 관한 기록을 시로써 구현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필자는 세상의 다른 객체를 통하여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선한 영향력으로 타인의 시선 따윈 개의치 않으면서 비록 착각일 수 있더라도 오지랖 넓은 대인배의 삶을 언제나 지향할 것이다.   



공석진 /

시인, 칼럼니스트 공석진문학관 관장, 추암문학아카데미 원장 전)파주문예대학 교수, 경기도문학상 수상 시집 '흐린 날이 난좋다. 외6권. 시창작론 글이 시가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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