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캄보디아 오지 마세요”… 한국인 몸값, 동남아에서 가장 높다 고수익 일자리 미끼로 끌려간 청년들,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려 인신매매… 정부, 뒤늦은 대응 나서

“제발 캄보디아 오지 마세요. 한국인 몸값이 제일 비쌉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납치·감금된 한국인을 50명 넘게 구출해온 오창수 선교사의 절박한 경고다.
그는 “보이스피싱 수익이 높다는 이유로 한국인은 1만 달러에 중국 범죄조직에 팔려간다”며 “이곳에는 월 1천만 원짜리 일자리는커녕, 1천 달러도 벌기 힘든 현실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SNS와 구직 사이트에는 “캄보디아·라오스 고급 사무직”, “IT·무역·통역직 월 1,500만 원” 등 고수익 해외취업 광고가 넘쳐난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이를 ‘기회’로 착각하고 비행기에 오르지만, 도착하자마자 여권이 압수되고, ‘콤파운드(compound)’라 불리는 폐쇄된 건물에 감금된다. 그곳은 사실상 ‘사기 공장’이다. 보이스피싱, 암호화폐 투자사기, 위조금융거래를 강요당하며, 탈출을 시도하면 폭행과 고문이 뒤따른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 은 “캄보디아 정부가 이들 콤파운드의 노예노동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 천만 원? 실상은 천 달러도 못 받아” 이른바 ‘고임금 일자리’의 약속은 철저한 미끼다. 채용 중개업자는 “숙식 제공, 비자 무료”를 내세워 항공료를 선납받고, 현지 도착 후 연락을 끊는다.
일부 피해자들은 월 3천만 원을 약속받았지만, 실제로는 하루 15시간 이상 노동하고도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감금과 폭력, 협박은 일상이 되며, 현지 경찰과 콤파운드 운영 세력 간의 유착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계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콤파운드는 “한국인은 사기 수익이 높다”며 한국인을 우선 표적으로 삼는다. 한국어 기반 보이스피싱의 수익률이 높고, 피해자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는 “고객센터 직원으로 채용된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한국 금융기관을 사칭한 전화를 걸게 됐다”고 증언했다.
영국 <가디언> 과 <로이터> 는 “한국·대만·중국인 인신매매 피해가 동남아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으며, 한국인은 평균 1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콤파운드 자금줄로 지목된 ‘후이원(Huione) 그룹’ 과 ‘프린스(Prince) 그룹’ 을 국제 제재 명단에 올리며 “캄보디아는 동남아 인신매매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라고 경고했다.
정부, 뒤늦은 대응… TF 구성
한국 외교부는 10월 10일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현지 한인 보호 및 구조를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착수했다. 올해 8월까지 확인된 납치·감금 한국인은 330명 이상, 작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단속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며, “해외 구직 알선 플랫폼의 관리 강화와 캄보디아 내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대판 노예제’의 복합 음모
캄보디아 콤파운드는 금융사기·자금세탁·암호화폐 범죄가 결합된 복합적 범죄 생태계다. 미국 재무부는 “이들 콤파운드가 국제 인신매매의 신형 산업으로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한때 ‘한 달에 천만 원’을 꿈꾸며 떠났던 청년들이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겨울’ 속에 갇혀 있다. 그들의 구조 신호를 외면하는 한, 이 비극의 콤파운드는 계속 자라날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의 근저에는 외부의 유혹만이 있지 않다. 쉽게 얻고자 한 마음, 노력 없이 성취하려는 탐심(貪心)이 스스로를 미끼로 만들었다. 인신매매와 노동착취의 고리는 결국 인간 내면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현실이 고단하다고 해서 정당한 노동의 질서를 벗어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땀의 윤리’를 잃은 사회는 언제나 범죄의 그림자를 키운다. 단기간의 고수익을 약속하는 유혹은 인간의 탐욕을 먹고 자라며, 그 탐욕이 깊을수록 덫은 더욱 정교해진다.
불의한 부(富)는 인간의 약점을 통과해 성장한다.
그 약점이 탐욕이라면, 현혹의 기술은 언제든 다시 진화할 것이다. 따라서 이 비극은 탐욕을 구조하지 못한 사회의 책임도 클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각(自覺)이다. 외부의 유혹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면 속 탐욕과의 타협이 제일 무섭기 때문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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